북한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2018년부터 매년 발행하는 『조선상품』은 북한에서 생산되는 생필품 위주의 상품이미지들과 광고가 컬러로 수록된 ‘상품종합알림책’이다. 폐쇄된 주체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상품광고는 제한되어 왔으나;김정은 시대에 들어오면서 상품광고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에서 상품이미지는 단순한 경제적 의미 뿐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시대가 지향하는 ‘강성대국’의 이데올로기는 선전화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생필품 위주의 상품들이 풍성하게 쌓여 있는 이미지로 재현되고 있을 뿐 아니라;상품광고의 배경이나 카피를 통해 최고지도자의 업적과 민족주의적 내용을 반복해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이미지를 다루는 산업미술 분야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대한 보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집중되고 있는 것도 강성대국의 이데올로기가 상품의 이미지를 통해 재현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상품』에 실린 상품이미지를 시각문화학자 W. J. T. 미첼이 제시한 제국주의적 이미지의 대상성의 틀로 분석해 보면;북한과 외부세계와의 소통가능성의 정도와 변화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제국주의적 이미지의 세 가지 대상성으로 북한의 외부와의 소통을 분석하면 우상적 대상성은 소통의 난이성;페티시적 대상성은 소통의 용이함;그리고 토템적 대상성은 중립성으로 각 대응하여 설명할 수 있다. 『조선상품』에 실린 상품이미지들은 ‘강성대국’;‘내나라 제일’ ‘수령우상화’ 등 주체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와 연관된 우상적 대상성을 여전히 띠고 있지만;동시에 과거와는 달리 상품판매를 위한 과장광고;동종 품목간 브랜드의 경쟁 등 과거와는 다른 페티시적 대상성도 나타내고 있다. 비록 주체사회주의 체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외부세계와 소통을 할 준비를 갖추어 가고 있는 신호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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