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도 하에 1990년부터 시작된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를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그로부터 30년이 경과한 2020년의 시점에서도 원점을 벗어나지 못한 채 공전(空轉)을 계속하고 있는 원인은 이미 ‘핵보유국’이 되어 있는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잘못된 처방으로 대처하고 있는 데 있는 것 같다. ‘비핵화’는 1970년에 발동된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의 틀 속에서 “비핵 국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처방이다. 북한이 2006년 10월 9일 최초의 성공적인 지하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핵무기 개발을 완료했다”고 주장했지만 국제사회는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북한의 핵문제를 여전히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의거한 ‘비핵화’의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견지해 왔다. 베이징 6자회담과 미-북 정상 외교 그리고 여덟 차례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등이 그 같은 노력의 산물들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실태에 관한 국제사회의 저평가는 북한이 2016년 1월 다섯 번째 지하 핵실험에 성공한 데 이어서 2017년 9월 여섯 번째 지하 핵실험(진도 70∼280kt)과 같은 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호’ 시험 발사를 성공시킨 것을 계기로 수정이 불가피해 졌다. 이제는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평가기관은 물론 국가기관들 간에도 북한을 20∼30 또는 40∼60개의 실전배치 핵무기와 ICBM을 구비한 아홉 번째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결국, 이제 국제사회가 더 이상 북한 핵문제를 ‘비핵화’의 차원에서 다루는 것은 비현실적인 접근임이 분명해 졌고 그 결과 북한의 핵무기도 ‘상호확증파괴’ (MAD·Mutual Assured Destruction) 교리의 저주 속에서 ‘종이호랑이’의 처지가 되어서 이를 이용한 북한의 ‘벼랑 끝 외교’ 전개도 한계에 이르게 되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금년 11월 실시되는 대통령선거 운동의 틀 속에서 북한의 핵 문제를 다루어 왔다. 북한 핵의 ‘동결’을 유도하여 이것을 그의 ‘정치적 업적’으로 미국 유권자들에게 내세우려 한 것이다. 오는 11월의 대선 결과에 따라서, 트럼프의 재선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의 새 행정부는 초기에 북한 정권의 변화를 강요하는 방법을 포함하여 북한 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고 그 일환으로 군사적 옵션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는 오는 4월 15일 실시되는 한국에서의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의 좌파 정권이 정치적 안정 기반을 유지하느냐의 여부가 앞으로 북핵 문제의 향배를 결정하는 퍼즐의 중요한 한 조각이 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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