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북한은 “반제반봉건혁명”의 완성을 지향하였다. 이 개혁운동의 목표는 그간 기득권을 행사해온 지배층을 척결해 새로운 사회질서를 창출하는 데 있었다. “반제반봉건혁명”의 대상으로 설정된 세력은 다름 아닌 친일파와 지주 계급이었다. 당국의 문건을 집중적으로 활용한 기존 연구 성과들은 토지개혁과 친일파 청산에 대한 통치 세력의 관점을 선명히 드러내는 반면, 그 개혁 조치들을 몸소 경험한 일반 대중들의 관점과 경험을 재구성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이 연구는 바로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도에서 시도되었다. 곧 필자는 해방 후 북한의 개혁 조치들을 직접 체험한 일반 대중들의 관점에 기초하여 토지개혁과 친일파 청산을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는 대표적 자료들 중 자서전·이력서류가 있다. 미군이 한국전쟁기에 탈취한 이른바 북한 관련 “노획문서” 가운데 적잖은 비중을 점하고 있는 자서전·이력서류는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이들, 곧 개혁의 주체이자 대상인 그들의 반응과 대응을 생생히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이 자료들을 통해 토지를 분여받은 농민들의 환희, 토지를 몰수당한 이들의 분노, 해방 직후 친일파 척결에 나선 일반 대중들의 심리 상태를 포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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