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북한 초기 역사학계에서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이른바 ‘유일 혁명전통’으로 확립해 가는 과정을 다룬다. 그 중에서도 김일성의 항일운동에 대한 신화화보다는 그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탈락한 민족해방운동사 이해에 주목한다. 최창익ㆍ리청원 등이 주도한 초기 역사학계의 민족해방운동사 서술에서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외에도 조선공산당과 조선독립동맹 등 복수의 ‘혁명전통’이 인정되었다. 다만 김일성의 투쟁에 정통적 지위를 부여한 점에서 이들의 역사인식이 현실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리상조ㆍ김승화와 같이 소련으로 망명한 인물들이 남긴 기술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최창익과 함께 1956년 반김일성운동에 가담한 리상조와 김승화는 망명 후 남긴 글에서 김일성 항일무장투쟁의 오류와 한계를 스스럼없이 비판하는가 하면, 여러 민족해방운동 중 하나로 주변화시켰다. ‘유일혁명전통’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 민족해방운동사에 대한 인식 차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근본적이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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