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7차 당대회(2016) 이후 김정은 시대 북한소설의 현황과 전망을 검토하기 위한 징후적 독해 작업에 해당한다. 2020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제재 봉쇄 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긴 했지만, 2018년 이후 북한문학은 한반도 평화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한 작품들이 미미하게나마 생산되고 있다. 따라서 2016년 제7차 당대회 이후 변화된 북한문학의 흐름을 검토하는 작업은 한반도 평화체제 지속과 안정을 꾀하기 위한 문학적 노력에 해당한다. 2016년 북한에서 발표된 리희찬의 장편소설 『단풍은 낙엽이 아니다』는 2018년 남한에서도 출간되어 풍부한 감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입체적 인물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북한문학의 새로움을 선사한다. 대표적으로 지배인 홍유철이 최국락을 은퇴시키거나 자식에게 폭언을 퍼붓는 모습, 운전수 최국락이 가부장적 모습을 보이거나 강제 명퇴를 당하는 씁쓸한 형상, 진순영의 드라마적 오해와 자식에 대한 과잉 보호, 오순의 상급자 집안에 대한 분노와 감정의 직설적 표현, 기옥의 과감하고 솔직한 타인 평가 등은 북한문학의 새로움이자 생동감에 해당한다. 결국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의 유연성과 유동성을 포착하여 기존의 북한 소설 속 획일화된 캐릭터의 면모에서 벗어난 인물을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 입체적 인물의 형상화는 언어의 세련된 구사와 적실한 묘사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고 판단된다. 2018년 발표된 렴예성의 단편소설 「사랑하노라」는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드러나는 2018년 현재 북한문학의 지향을 보여준다. 즉 북한은 ‘조선’이라는 국수주의적 알을 깨고 나와 세계와 어깨를 겨루며 인재 강국을 건설하여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북한은 이제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세계 제일의 강소국가’가 되기 위해 경제력 강화를 통한 인민 생활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조선민족제일주의’에 대한 의지적 강제가 아니라 유엔의 제재를 넘어 경제부국이 되려는 열망이 ‘과학기술자 우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열망은 과학기술 인재들의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는 가운데 ‘파마약 개발’을 통해 인민 생활 향상과 세계 1등을 실현하려는 「사랑하노라」의 주인공 정인과 유정의 지향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2020년 1월 현재 북한문학은 한반도의 비핵화 여정에서 전쟁과 평화의 변곡점 속에 사회주의 일상의 현실을 다룬 주제에서는 인물들 간의 상호 경쟁 담론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강력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2020년의 북한은 북미 관계의 부침 속에서 ‘자력갱생’과 ‘경쟁 담론’, ‘정면돌파전’ 속에 생존과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김정일 시대의 북한문학과는 다르게, 무오류적 해결사로서의 경직된 지도자상이나 전형적인 공산주의적 인간형보다는 심리적인 동요나 내적 갈등에 젖은 인물이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는 점에서 텍스트의 리얼리티가 살아 있다. 따라서 리얼리티의 교감이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남북한 텍스트의 거리감이 좁혀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학적으로 한반도 평화문학의 교류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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