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독일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영화감독 조성형의 고향 3부작을 최근의 공간적 전회의 맥락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고향은 ‘공간’과 대비되는 전형적인 ‘장소’ 개념으로 여겨져왔고 전통, 안정성, 지속성, 향토성, 소속성과 정체성이라는 장소성 속에서 해석이 되어왔다. 고향 문학이나 고향 영화라는 장르는 이러한 관계를 대표적으로 재현한다. 그러나 최근인간 삶의 근본형식이 ‘정주’에서 ‘이주’로 변화하면서 고향 영화도 변화를 겪게 되는데 조성형 감독은 이러한 현대적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고향 개념을 다큐멘터리 영화 속에서 제시한다. <메탈 음악 가득한 마을>(2006)에서는 독일의 한 시골마을이 자신들의 고향을 헤비메탈 음악팬들에게 열어주어 한 장소가 두 그룹 모두에게 고향으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그리움의 종착역>(2009)에서는 서독으로 이주하고 국제결혼을 했던 한국계 간호사들이 남편들과 남해의 독일마을에 와 그들의 복수적 정체성을 반영한 ‘고향 만들기’를 시도한다. <사랑하고 약혼하고 사라져버렸다>(2015)은 북한 남성들과 사랑을 나눈 동독 여성들과 그 자식들이 고향에 남아 겪은 낯설고 차가웠던 고향 이야기를 전달한다. 조성형은 이를 통하여지구화 시대의 새롭고, 진보적이며, 열린, 혼종의 고향 개념을 제안한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