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맹국인 한일 간의 갈등은 동맹 네트워크 내부의 갈등을 대표한다. 스나이더는 동맹 내부의 역학을 피동맹국이 가지는 연루와 방기의 두려움으로 설명하지만, 이 논문에서는 피동맹국 상호 인식과 상호 관계의 변화, 그리고 지역전략의 변화라는 동맹 역학의 변화를 통해 한일 갈등을 설명하고자 한다. 냉전기 공산권에 대한 안보운명공동체였던 한미일이 냉전이 끝난 후 북한과 중국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공통의 위협인식이 이완되었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비공식적 서열화 속에서 동맹국의 억제적 안정화에 성공했던 냉전기와는 달리, 한일 간 힘의 상대적 수평화 진전되면서 갈등의 소지가 높아졌다. 나아가 냉전기 지역 내 동맹의 연대감과 소속감은 타진영으로의 이탈 방지 역할을 했지만, 탈냉전기에 접어들어 북한과 중국에 대한 지역 전략이 달라지면서 한일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게 되었다. 한일 갈등은 이러한 동맹 네트워크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한일 갈등과 관련하여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인내있는 방관자 역할, 공세적인 개입, 비대칭적 개입, 그리고 점진적인 퇴장 등 네 가지 선택은 강점과 약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미국에게 리스크가 없는 전략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일 갈등에 건설적으로 관여하려면, 안보 분야에 대한 ‘선택적이지만 공세적 개입,’ 한일 양국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관여,’ 한일 간 인식의 갭을 줄이기 위한 ‘대중적 관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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