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은 데뷔 초기에 써낸 작품들이 자신이 토해낸 핏자국과 같다고 고백하였다. 그가 피난선을 타고 남면으로 내려온 이후 겪어야 했던 삶의 고통스러운 흔적이 1950년대 단편 소설들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북쪽에 가족을 두고 홀로 남하하여 외로운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그는, 초창기 소설들 속에서 개인이 아니라 관계, 즉 공동체의 이합집산 과정을 반복해서 그려낸다. 여기에 작가의 원형적 기억 혹은 자의식이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이호철은 해방 직후 북한의 사회주의 정권 수립기에 원산중학교 및 고등학교에서 수학했다. 당시 강력한 이념의 전파 장소였던 교실에서 이데올로기의 투사로 만들어진 인물과 마주쳤고, 적을 만들어내고 또 소거하는 과정을 통해 동일화와 타자화의 폭력을 행사하는 체제의 부조리를 느끼게 된다. 이때의 경험은 이후 작가의 기억에 원형적인 문제로남아 역시 분단 이데올로기에 장악되었던 남한 사회의 문제를 포착하게 하는 매개가 된다. 그리하여 이호철은 1950년대 작품들에서 타자와 환대의 문제를 통해 분단 체제와 이데올로기의 모순을 발화하는 소설적 방법론을 마련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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