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위원회는 해방 후 한반도 전역에서 나타난 자생적 자치기관으로 북한 정권의 토대가 되었다. 해방 전후의 인민위원회에 관한 실증적 연구는어느 정도 이루어져 왔으나, 그 기원과 오늘날에 이르는 변천 과정을 추적해 북한 정치의 특수성을 규명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인민위원회는소련에서 주권기관의 위임을 받은 행정기관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다. 그런 인민위원회가 해방 후 한반도에서는 입법과 행정이 미분화된 비상시의 주권기관으로 간주되었다. 이 같은 비상체제는 선거로 구성되는 주권기관(인민회의)과 그에 복종하는 행정기관(인민위원회) 체제로 가급적 빨리 전환해야 했다. 북한은 1946년 말 도·시·군 인민위원회 선거를 실시해 북조선인민회의-북조선인민위원회 체제를 수립했고, 이는 1948년 최고인민회의-내각 체제로 이어졌다. 지방에서는 인민위원회가 미분화된주권기관으로 남아 있다가 1954년 인민회의-인민위원회로 분리되었다. 그러나 1972년 주석을 수위로 하는 중앙인민위원회가 신설되면서 중앙과 지방의 인민회의는 형식적 주권기관으로 전락했다. 행정기관이 주권기관에 복종하는 게 아니라 그 위에 군림하는 현상은 해방 후 인민위원회의 경험에서 제기되는 민주적 과제에 명백히 역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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