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한복 정책을 중심으로 김정은 시기 북한당국의 “조선옷 전통” 재구성 작업을 분석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당국은그간 전통옷의 영역에서 배제되었던 남성 한복, 조선시대 귀족·궁중 의상, 한복 액세서리 등을 발굴·허용하면서 “조선옷 전통”을 강조하고 그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련의 “조선옷 전통” 재구성 작업은 선제적인 조치라기보다 개인주의적생활양식, 소비문화의 발달, 화폐의 시장편중과 계층화 등 사회적 변화에조응하여 나타난 것이다. 북한당국과 주민의 일상생활 사이로 전통이 이분화된 가운데, 지난 70여 년간 “조선옷” 전통의 기반을 이루었던 반봉건 이데올로기는 이 과정에서 조용히 삭제되었고 전통옷을 둘러싼 젠더이분법의 경계도 다소 흐려졌다. 북한당국이 주장해 온 “김일성 민족” 전통은 자기욕구를 지닌 주민과 시장에 의존해서야 겨우 그 외연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취약한 것이 되었다. 동시에 북한당국은 그 취약한 ‘형식으로서의’ 전통에 기대어야 시장으로 흩어진 개인들을 일시적이나마 ‘민족’ 집단으로 호명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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