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분단, 전쟁, 냉전을 거치며 한국은 민족국가 성립을 위한 기획에 골몰했다. 그러나 서사적인 지평에서는 탈/식민의 기억이 계속 개입될 수밖에 없었다. 3·8선 이남의 공간은 다른 체제를 가진, 이제는 갈 수 없는 ‘이북(以北)’을 염두에 두고 형성되어 갔다. 이때 임옥인(1911-1995, 함북 길주 출생)과 박순녀(1928-, 함남 함흥 출생)라는 월남한 여성작가들이 초점에 들어온다. 이들은 자신의 작품에서 떠나온 북한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거나, 혹은 명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 등 남한의 상황에 따라 반대의 전략을 썼던 것이다. 이 글은 임옥인과 박순녀의 대표작, 「월남 전후」와 「어떤 파리」를 중심으로해방 후 여성작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어떤 이야기를 전략적으로 주조해냈는지를 조망한다. 타자를 쓰면서 자기를 구성해내는 서사적 효과를 탐색할 때, 이는 특히 젠더가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고려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들 월남 여성작가들은 자신들이 떠나온 곳을 경유해서 남한을 구성하거나 비판하려고 했던것이다. 이제까지 탈역사적으로 읽힌 여성작가들의 서사를 역사적으로 맥락화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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