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냉전문화사의 관점에서 헝가리혁명과 연관된 일련의 정치․문화적 현상을 살펴봄으로써 분단체제의 현실에서 남한의 제3세계적 정체성이 ‘탈냉전’ 담론과 접속하는 점을 살핀다. 헝가리혁명은 냉전체제의 사고인 ‘안보-평화’론의 빗장을 열고 ‘평화-혁명’의 열기를 수용함으로써 탈식민의 상상력을 자기증명하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소련발 평화론이 비등한 가운데 세계적인 호응을 얻었으나 남한은 북한과 달리 세계적인 평화연대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적성국에서 일어난 헝가리혁명은 냉전체제 남한에서 이례적으로 큰 호응을 얻은 세계사적 사건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반소․반공이라는 안보의 틀에서 확고한 진영론에 놓여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헝가리혁명은 식민지에서 독립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평화-혁명’론의 흐름 속에서 ‘자유’와 민족주의적 독립의 기치로 국제적인 연대의 감수성을 이끌어냈다. 남한에서는 헝가리혁명의 와중에 이루어진 국제펜클럽의 요청에 한국본부가 즉각 응답하여 『항가리 悲歌』를 펴냈고, 얼마 뒤 김춘수는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으로 헝가리혁명을 재소환했다. 이 글은 이러한 일련의 흐름 속에서 남한이 헝가리혁명을 수용한 맥락을 살피면서 냉전체제의 산물인 ‘안보-평화’의 인식론이 ‘평화-혁명(론)사의 맥락에서 일시적으로 해체되는 현상을 짚어보려는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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