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회에서 ‘총서 불멸의 력사’는 단순한 국가서사가 아니다. 체제선전과 사회주의적 인간 교양을 지향하며 사회의 집단심성을 단일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문학정전이다. 이 글에서는 ‘총서 불멸의 력사’ 중 하나인 정기종의 『운명』이 배경으로 삼은 ‘1960년대’와 ‘수령형상’의 문학적 함의를 검토하였다. 이 작품은 총서에 속한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김일성 주석의 영도(領導)’를 다룬 국가서사이나 ‘김일성-김정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시대의 서사라는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 소설 텍스트는 ‘국방경제병진정책’의 기원을 환기할 뿐만 아니라 90년대 이후 지속되어온 핵위기의 연원을 다루고 있어서 김정은 시대를 이해하는 단서가 되는 작품이다. 작품을 관류하는 서사의 방향과 초점은 ‘지금, 김정은 시대의 관점’에서 60년대의 현실을 환기하는 효과에 맞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운명』은 표면적으로 김일성의 영도와 김정일의 지도자로 부상하는 면모를 담아내는 한편, 당대 북한의 대외적 위기 속에서 1960년대에 채택된 국방경제병진노선을 호명함으로써 3대세습의 정당성을 제고하려는 환유의 특성을 지닌 텍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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