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미래』는 한국사회가 경험한 냉전의 여러 지층들을 들춰내어 다시금 재사유하고자 한다. 특히 냉전의 극성기에 진행된 탈냉전의 흔적을 찾아내어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해방 공간의 중간파로부터 1970년대 함석헌의 평화 인식에 이르기까지 탈냉전을 위한 지식인들의 고민과 실천을 파악하고자 했다. 냉전은 정치적, 군사적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대립이자 장기간의 평화공존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열전이 전개되기도 했지만 세계적 규모의 열전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대체로 미국과 소련은 평화공존의 길을 택했다. 평화공존의 다른 이름은 경제전쟁이었다. 미국과 소련은 자신들의 체제가 더 우월하다는 점을 경제적 생산력의 확충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1960∼1970년대 동북아시아는 거대한 산업화의 시기이기도 했다. 시장 자체가 일종의 냉전의 이데올로기적 대결장이기도 했다. 시장경제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특화된 형태로 재현되었고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대립항처럼 여겨졌다. 시장경제에 기반한 자유주의적 기획이 냉전의 기본 문법이 되었고 한국의 경우 정치적 부자유와 시장의 자유가 결합된 냉전 자유주의가 나타났다. 탈냉전의 유력한 시도 중의 하나는 통일이었다. 북한을 적으로 상정한 냉전 구도였기에 남북의 통일은 탈냉전의 가장 강력한 상징이었다. 많은 지식인들이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자극받아 통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러나 탈냉전이 곧 통일이라는 단순 도식이 민족주의와 결합하게 된다면 국가와 민족 중심의 회로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이는 탈식민화가 곧 민족국가 수립이라는 민족주의 도식을 반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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