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부터 1962년까지 『서울신문』에 연재된 『생각하는 갈대』와 1963년부터 1964년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백야』는 4‧19 및 5·16 이후 본격화 된 전후 한국 사회의 질서 재편과 맞물려 안수길 신문소설이 변화해간 양상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들 작품에서 형상화되고 있는 해방 이후부터 5·16까지의 16년의 기간은 안수길의 대표작 『북간도』에서 형상화되고 있는 1870년에서 1945년까지의 시간, 그리고 후기 단편소설에서 형상화되고 있는 1960년대 중·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의 시간을 매개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이들 작품에는 기존 연구에서 논의된 후기 안수길 단편소설의 여러 모티프들이 선취되어 있다. 『생각하는 갈대』와 『백야』는 4‧19 직후 한국 사회의 상황(『생각하는 갈대』) 및 한국전쟁 이후부터 4‧19가 발생하기까지의 과정(『백야』)를 월남한 피난민의 시각에서 형상화하고 있다. 이들 소설에 나타난 4‧19 표상은 안수길 소설이 혼란과 폭력의 발현 양상을 주시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안수길은 4‧19가 기존의 법적 질서를 새롭게 정초하기 위한 폭력적 순간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형상화하며 전후 한국 사회의 법적 질서 자체가 행사하고 있었던 폭력 또한 부각시켰다. 안수길 소설에서 그 폭력은 ‘경계에 놓여 있는 공간’과의 연관을 통해 효과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북간도』가 중국과 일본의 법적 질서의 경계에 놓여 있던 만주 공간을 통해 폭력을 형상화했다면, 『백야』에서는 남한과 북한의 치안 질서가 교차했던 전시 서울의 폭력을 그려내고 있다. 4‧19를 형상화하는 과정에서도 안수길은 4‧19를 주도한 청년들의 내면 질서가 아니라 치안질서를 유지하려는 폭력과 대항폭력이 맞부딪히는 무정부 상태의 ‘거리’ 공간에 초점을 맞춘다. 안수길 소설 속 폭력의 공간은 『백야』에서 부각되고 있는 시민증과 연결하여 해석될 필요가 있다. 전시 서울에서 『백야』의 월남민 인물들이 획득한 시민증은 전후 한국 사회의 시민권이 분단 국가의 다른 한 축, 즉 ‘북한’과의 단절을 증명하는 자에게만 부여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백야』를 비롯한 안수길의 소설은 궁극적으로는 그 시민증을 획득한 사람들의 시선, 즉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려 하지 않는 자의 시선에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 시선의 이면에는 시민증을 획득하지 못한 자, 즉 경계 공간에 놓여 있는 자가 감당해야 했던 폭력에 대한 응시가 깔려 있다. 그 응시 때문에 안수길의 소설의 피난민들은 가까스로 획득한 시민권을 물신화하지 않고 거리감각을 지닐 수 있게 된 것이다. 4‧19를 대면한 안수길이 신문연재소설을 통해 그 시민권의 한계를 본격적으로 문제 삼기 시작한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안수길 소설 속 피난민들은 전후의 사회질서에서 일종의 마이너리티였다. 안수길의 1960년대 초반 신문연재소설은 시민증을 부여받은 것에 안도하던 마이너리티가 역동적인 시민권의 재구축 과정과 결합될 수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안수길은 4‧19에 참여한 주체의 내면을 부각시켜 4‧19 및 4‧19 세대를 신화화하려 하지 않고 있다. 대신 4‧19에 내포되어 있던 폭력과 무정부적 혼란을 형상화하며 4‧19가 개개인들에게 맞닥뜨리게 했던 ‘예측 불가능성’의 순간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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