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북·중 접경지역의 ‘조선인’ 집단이 근대 국가의 생성과 함께 각각 북한과 중국의 공민으로 자리잡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조선인 혼종성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선인’은 식민시기 한반도에서 만주로 이주한 사람들과 그들의 후손을 지칭한다. 기존 연구들은 글로벌 이주의 맥락에서 이주민들의 혼종성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인 집단은 초국적 이주의 결과라기보다 국경이 지역 거주민을 가로지른 양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식민시기 만주 조선인은 일본제국과 다수의 인구 집단인 중국인 세력 사이에서 위치한 종족 집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해방 이후, 북한과 중국이 성립되고 냉전과 국경 형성이 맞물린 국면에서 조선인 집단은 각각 북한의 중국연고자와 중국 조선족이라는 국가적 경계로 나뉘어졌지만, 사회주의 형제국이라는 묶임이 교차하는 특수한 범주로 존재하게 된다. 북·중의 국경이 강화되는 과정에서도 오랜 역사에 걸쳐 형성된 이동성과 양국 간 사회주의 혈맹 관계는 지역의 거주민들에게 국가 정체성과 종족 정체성이 경합하는 유동의 공간을 허락하였다. 이 글은 이러한 ‘조선인’의 혼종성이 북·중 접경지역의 지역화된 실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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