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전통건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북한의 현대 조선식 건축에서 가장 분명한 형태적 특징은 건물의 상부를 장식하는 팔작지붕이다. 이 논문은 현대 조선식 건축에서 팔작지붕이 가지는 독점적 지위의 이론적 기반은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 전통건축의 전형적 특징을 찾으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형성되었으며, 같은 시기 건설된 평양 대극장과 옥류관의 건설 경험은 팔작지붕의 정형화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음을 주장한다. 이중으로 된 서까래를 가진 깊은 처마, 박공과 용마루의 존재, 그리고 "경쾌하면서도 장중한" 지붕선을 가진 팔작지붕은 조선지붕을 대표하는 형식으로 여겨졌다. 특히, 김일성이 비인격화된 신적 존재로 우상화된 북한 사회에서, 김일성이 평양 대극장의 건설에서 지붕의 모양을 팔작지붕으로 고쳤다는 일화는 팔작지붕의 독점적 지위를 더욱 강화시켰다. 이러한 이유로 1960년대 이후 새롭게 지어지는 거의 모든 현대 조선식 건축의 지붕은 새로운 조형 시도를 하기보다는 기존의 선례에서 물려받은 팔작지붕을 사용하게 된다. 이 논문은 북한 현대 조선식 건축에서 전통성을 표현하는 방법이 특정한 시기에 정형화되었으며, 이 과정은 선택과 배제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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