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은 쉬운 일”이라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을 계기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치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 글의 목적은 오늘날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협상과정에서 불거지기 시작한 종전선언을 화두로 하여, 이와 더불어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 및 유엔사의 미래와 관련된 핵심 주제를 포괄적으로 조망해 보는 것이다. 종전선언은 ‘전쟁상태 종식 → 소극적 평화 → 적극적 평화 → 항구적 평화’의 달성을 지향한 일련의 과정 중에서 첫 단추에 해당한다. 문제는 북한이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노림수가 ‘항구적 평화’ 달성이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라는 점이다. 그래서 ‘미군철수-동맹해체’보다는 ‘평화’의 부드러운 이미지로 포장하여 평화협정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마저 여의치 않자 빼어든 카드가 종전선언이다. 평화협정 → 미군철수/동맹해체’가 ‘종선선언 → 평화협정’으로 바뀐 것이다. 이들의 계산에 따르면 종전선언-평화협정이 실현되면, 구태여 미군철수/동맹해체를 주장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존재이유를 상실한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종전선언·평화협정 이후의 유엔사 문제가 관심의 대상이다. 많은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상태가 종식되고 평화가 일상화되면 6.25 전쟁을 계기로 창설된 유엔사가 ‘자동적’으로 해체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군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이뤄지면 비슷한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하지만 국제법적으로 유엔사는 종전선언·평화협정이나 한·미동맹, 전작권 전환 등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유엔사는 북한의 무력남침으로 발생한 ‘평화의 파괴’를 응징하기 위해 안보리 결의안으로 창설된 사실상(de facto)의 유엔 보조기관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장래에 한반도 안보상황(북한 비핵화)에서 획기적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또는 유엔사 해체나 지위변경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의 할 일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의 유혹에서 벗어나, 최선을 기대하되 최악에 대비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