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제국주의동맹”을 북한 현대사의 기원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대표적인 북한의 역사 다시쓰기 또는 신화만들기는, 최고지도자의 유일권력을 정당화하는 한 방법이지만, 다른 한편 북한 특유의 마음의 시간 또는 시간의 마음의 소산이다. 북한이란 공간에서 탈식민적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노선과 권력을 둘러싼 투쟁이 서로의 시간만들기를 둘러싼 쟁투의 형태로 등장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1967년 6월의 시점에서 김일성을 유일권력으로 만들고자 했던 김정일은, 항일 “혁명전통”과 사회주의건설의 “속도”를 쟁점화했다. 탈식민적 사회주의 기획이 분단과 강대국정치가 작동하는 지정학적 공간에서의 권력 투쟁과 유일권력의 정당화와 결합되면서, 북한 특유의 두 “평양시간”이 만들어졌다. 하나는 사회주의 건설을 속도전으로 치환한 평양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탈식민의 기획을 이항대립적 유기적 주체만들기로 변환한 평양시간이다. 첫 평양시간은 장편소설 평양시간(1976년)으로, 두 번째 평양시간은 서사시 “평양 시간은 영원하리라”(1996년)로 분석한다. 두 평양시간의 탄생은 북한의 탈식민적 사회주의 기획이 민족주의적 발전/약탈국가의 건설로 변형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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