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후, 한국사회의 분단에 대한 상상력은 한국전쟁을 반복적으로 소환하던 냉전적 회고적 서사에서 벗어나 비로소 동시대적 지평으로 확장되기 시작하였다. <경계도시>(홍형숙, 2002), <경계도시 2>(2010)는 ‘월북지식인’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여기서 북한과 접촉한 자는 불온한 전염력을 지닌 ‘이념적 경계인(in-between)’으로 등장한다. 2010년을 전후로 허면 이념형 경계인 내지 북한재현 관련 국가보안법이나 표현의 자유 논쟁이 가라앉고 탈북자 형상을 소재로 한 상업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독립단편영화 <여기가 끝이다>(박인제, 2003)나 <배낭을 맨 소년>(정지우, 2003)등은 윤리적 카메라 워킹과 사실주의적 관찰로 탈북 청(소)년의 자본주의사회 부적응기를 보여주었다. 독립장편영화 <처음만난 사람들>(김동현, 2007), <무산일기>(2010) 등은 탈북자와 이주노동자의 정체성을 겹쳐두었다. <줄탁동시>(김경묵, 2011)와 <마담B>(2016) 등은 성소수자, 성매매자가 합법․불법의 경계를 오가며 공간을 유랑하는 모습을 선보인 실험적 기법의 영화다. 북한 출신 청소년은 이주와 떠남이 가능한 배낭을 싸든 채 길 위에 선 형상으로 선보였다. 오토바이는 남한사회에서 노동을 위한 수단인 동시에 유일한 탈주․초월의 수단이었다. 탈북자는 종종 고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하게 되는데, 성소수자성이 탈북민의 정체성과 겹쳐진 영화에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졌다. 탈북자가 남한사회에서 자신보다 더 사회적으로 열악한 취지의 존재자(외국인 노동자, 유기동물 등)와 동일시하는 연민의 빈번히 발견된다. 이러한 영화는 이후 <꿈의 제인>(2017), <스틸 플라워>(2016), <박화영>(2018), <소공녀>(2018) 등 가출팸 청소년, 홈리스,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등장시킨 독립영화들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앞선 탈북자 영화들이 청년세대가 느끼는 고립감과 곤혹에 대한 심리적 반영이었음을 방증하는 한편, 한국 독립영화에서 탈북자를 소재적으로 취해오지 않았는지 탐문하게 한다. 2000년대 한국의 독립영화는 투사하는 카메라와 공감-동일시라는 정동적 기제를 통해 탈북자 영화를 선보여 왔다. 탈북자 재현 영화는 한국사회 구성원 특히 청년세대가 느끼는 경제적 고립과 감정적 봉쇄에 대한 정서적 반응으로도 독해될 수 있다. 이는 전반적으로 한국의 독립영화가 전위와 저항의 에너지를 상실하고 자기연민과 동정의 내적 충동에 휩싸인 현실의 반영은 아닌가 고민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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