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6.25전쟁)기 심리전 수행의 대표적 매체는 삐라였다. 각 전쟁주체들은 삐라의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텍스트나 사진, 그림 등 다양한 표현기법을 총동원하였는데 그 중에서 가장 선호한 표현방법은 만화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당시 미군과 한국군이 살포한 삐라를 중심으로 만화적 표현방법의 비중과 특성을 분석했다. 이를 위해 연구대상 삐라를 표현형식별로 텍스트형, 사진형, 만화형, 기타 혼합형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표현형식이 차지하는 상대적 비중을 분석하였으며, 만화형은 다시 그 표현기법에 따라 카툰기법, 상황표현기법, 이야기만화기법으로 구분하여 적군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어떤 만화적 표현기법을 선호하였는지를 분석했다. 대부분 익명으로 제작된 삐라의 특성상 당시의 만화가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삐라작업에 참여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미군의 삐라제작과정과 삐라제작에 참여한 한국만화가들의 행적도 고찰했다. 한국전쟁기에 살포된 삐라의 특성을 보다 집중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 각 전쟁주체들이 발간한 만화신문, 포스터 등 일반적인 선전물은 연구의 범위에서 제외하였고, 자유주의 진영이 살포한 삐라의 만화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미군과 한국군의 삐라를 연구대상으로 한정했다. 공산주의 진영인 북한군과 중공군이 살포한 삐라의 특성은 다음 연구과제로 남겨 두었다. 연구결과 한국전쟁기 삐라 제작에서 만화적 표현방법이 차지하는 비중은 텍스트나 사진 등의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았다. 한국전쟁이 국제전 성격의 치열한 이데올르기의 각축장이었기 때문에 문맹자나 언어의 장벽을 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만화적 표현기법은 삐라 제작의 필수불가결한 표현 형식이었다. 따라서 전쟁 주체들은 만화가들을 한국전쟁의 심리전을 수행할 핵심 요원으로 삐라 제작과정에 적극적으로 투입시켰다. 이와 같이 한국전쟁기의 삐라는 전쟁으로 단절되었던 한국만화사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었으며 극단적인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전쟁의 도구로 전락한 작가의 창의력이 잘 나타나 있는 귀중한 연구 자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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