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무거래(no deal)로 끝나며 지난 1년 3개월 동안 진행해온 비핵화 프로세스가 원점으로 복귀(re-set)되었다. 하노이에서 북한은 단계적인 비핵화를주장하며 영변 핵시설의 일부를 가지고 대북제재를 실질적으로 한 번에 제거하려 했다. 협상이 결렬 단계에 이르러서야 영변 전체를 들고 나왔지만 비공개 핵시설에 대해서는 여전히협상을 거부했다. 북한에게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도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기 힘든데, 북한에게아무런 경제적 압박이 없는 상황에서의 비핵화 협상이 잘 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북한은겉으로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말해왔지만 실질적으로는 핵을 보유하기 위한 협상을 해 온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비핵화 협상의 최종상태와 비핵화의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서는 끝내 합의를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의 궁극적 목적은 초기 비핵화 조치와 부분적 제재 해제를 통해 계속해서 핵을 보유하는 데 있었다. 아마도 북한은 그들이 조선반도 비핵화 개념에서 주장했던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시간을 지연하고 궁극적으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가길 희망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영변 핵시설로 제재를 해제하고, 비공개 핵시설로 한미동맹을 약화시킨 이후에도 핵물질과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협상을 진행해 온 것이다. 하지만 최종단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낮은 단계의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북미 대화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북한 핵보유가 기정사실화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나쁜거래(bad deal)보다는 무거래(no deal)가 낫기 때문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북간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상태와 로드맵을 먼저 합의하자는 빅딜을 주장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 없이 제재를 해제하지 않고또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경우 미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새로운 길’을 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자력갱생(self reliant economy)을 강조하고 외교적으로는 4월말 북러 정상회담 그리고 6월 시진핑 주석의 방북과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려 노력하고 있다. 북중간의 관계가 강화되고 중국의경제적 지원을 확보하면 김정은의 비핵화 결단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주변국과의 공조를 강화해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확보하고 철저한 한미동맹에 기반하여 안정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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