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김정일이 2003년 기존 시장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통합하여 합법화한 것이 오늘날의 원시적 시장경제의 초기단계인 ‘종합시장’이다. 종합시장은 다양한 생산재시장, 노동시장, 금융시장 등으로 확산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법률들이 제정되고 있고, 시장의 현실을 수정하거나 혹은 근거지우기 위해 개정되고 있다. 북한정권이 정치체제로서의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확고하게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본적 틀이 얼마나 시장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시장화를 근거지우기 위해 제정된 법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이들 시장화 관련 법제화의 내용을 검토하고 그 추이와 향방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특히 법제화의 추이와 진전을 예측하는 것은 향후 남북한의 경제통합시 신속하고 용이한 통합을 담보하는 것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통일후 경제통합과정에서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은 독일의 경험을 비교분석함으로써 북한의 현행법제의 발전방향을 예측하고 향후 경제통합법제를 준비하는 기초를 제공할 수 있다. 북한시장화 관련 상거래법적 검토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북한시장화는 원시적 형태의 시장경제의 도입을 의미한다. 원래 북한당국이 의도했던 종합시장의 기능, 즉 기존의 배급체제를 대체하는 소비재 생활용품의 공급시장 기능을 뛰어 넘어 시장화가 여러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현재 생산재시장, 노동시장, 금융시장에 이르기까지 시장화의 확산을 경험 하고 있다. 그동안 체제붕괴의 우려 때문에 화폐개혁 등을 동원하여 시장화를 억제하고 통제하고자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이제 과거로 돌아가기 어려운 단계에 와있다. 특히 북한지역에서의 자본이 축적되고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주목할만한 변화이다. 둘째, 북한이 공식적으로 합법화함에 따라 경제질서를 법제도에 의해 규율하려는 관념이 태동하고 있다. 헌법, 형법, 행정법, 민법, 상업법, 가족법, 금융관련법, 외국인투자관련법, 회계법제 등을 통해 시장화를 뒷받침하거나 시장화의 확산을 근거지우는 다양한 법률들이 입법되고 있다. 이것은 기존의 북한당국의 일방적 계획 및 지시에 의존하는 경제운용방식에서 벗어나 경제질서에 관한 법치주의가 태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셋째, 북한에는 여전히 시장과 계획이 공존하고 있다.‘시장’은 현재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계획은 북한당국의 마음속에 있는 꿈은 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로서의 시장은 모든 제도와 억압을 넘어 앞서 달려가고 있지만 계획은 낡은 종이문서의 헌법안에만 존재하는 실현되기 어려운 꿈일 뿐이다. 결국 시장의 맛에 젖어든 북한주민들은 다시는 과거의 계획으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체제전환국들의 경험이다. 넷째, 현재 북한에서 입법된 시장관련 법제들이 아직은 미진하고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현실의 시장이 이끄는 대로 시장화를 뒷받침하는 법제로 거듭 발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금까지 북한당국이 시장화를 억제하고 통제하고자 했던 시도들이 무산되고 실패했던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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