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푸트니크 쇼크’를 비롯한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 그리고 1960년대 남북한 과학기술의 급격한 성장이 남북한 창작SF의 촉매제로 작용하였으리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1960년대 남북한의 초기 창작SF 텍스트를 함께 읽어나가고자 한다. 특히 초기 북한 창작SF에서 고른 수준을 보여주는 작가인 김동섭의 1960년작 「소년우주탐험대-화성려행편」과 한낙원의 대표작인 『금성탐험대』를 중심으로 냉전체제하의 남북한 SF가 우주에서 발견한 것과 우주 탐사에 관한 서사를 통하여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검토한다. 비슷한 시기 남/북한에서 발표된 이들 텍스트는 각기 화성과 금성을 탐험하는 서사로 채워졌다. 두 텍스트 모두 인간의 선한 본성과 이성을 긍정하고, 우주에서 국적과 이념을 초월하여 화해를 이뤄내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로써 이들 텍스트에서 우주는 이념과 체제, 민족마저도 초월하는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 자리한다. 비록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다소 불안한 구도는 남아 있으나, 휴머니즘에 대한 강한 신뢰는 우주를 평화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서로 적대하는 진영에서 각기, 그러나 동시에 평화와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했던 이 두 편의 SF텍스트들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우주개발경쟁이라는 세계사적 이벤트에 남한과 북한이 동시에 보여준 문학적 반응이었으며, 우주 시대의 평화 체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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