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북한 대중의 고려시대사 인식을 확인해 보기 위해 『로동신문』에 보도된 고려시대 기사를 분석해 보았다. 60년대에 집중적으로 기사화된 고려시대 인물들은 외세의 침입에 맞서 나라를 구해 낸 구국 영웅형 인물이었다. 강감찬, 서희 등 10세기말 11세기초 거란과의 전쟁에서 활약한 인물들이 주로 부각되었다. 문인들에 대한 기사도 예상보다는 많았으며, 고려 왕조에서 상위 지배계층에 해당하는 이들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점도 흥미로웠다. 바람직한 여성상으로 김숙흥의 모친, 열부 최씨 등이 기사로 다루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유물·유적 관련 기사를 통해서는 개성시 인근에서 출토된 순화3년명 제사용그릇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고려 초 태묘 운영의 실제를 짐작하게 하는 매우 뜻깊은 유물이라 생각된다. 개성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고려 성균관 건물의 활용과 관련된 김일성의 입장 변화도 엿볼 수 있었다. 『로동신문』은 고려의 문화적 발전상과 반침략투쟁에서의 승리, 그리고 통일 왕조로서의 성격을 보여주는 기사를 주로 실었다. 문화적 우수성을 보여주는 기사에서는 외국인의 평가를 함께 제시하였는데, 중국 고중세 인물에서부터 현대의 실명이 확인되지 않는 외국인, 외국 학자들로의 변화는 북한의 대외교류가 확장되는 경향과 조응한다고 생각된다. 이는 최종적으로는 김일성의 교시로 대체되었다. 70년대 이후의 기사에서는 고려 왕조에 대해 통일국가로서의 의미를 가장 중점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이는 1973년 김일성의 연설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아 당국 차원의 사전 계획에 따른 것이라 생각되며, 그 시원은 해방 정국에서의 국호 논의와 연결 지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본고의 검토 결과는 기존 학계에서 정리한 북한 학계의 고려시대사 인식 경향과 비교할 때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북한 당국의 요구에 따라 『로동신문』이라는 언론 매체에서도 고려시대사를 정책적으로 활용하였을 것이라는 막연한 단정을 실제 기사의 현황과 내용을 통해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