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교섭과정에 대한 외교문서들은 여전히 비밀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한중수교협상에 참여했던 외교관들의 자서전이 출판되고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교섭과정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협상과정의 주요한 쟁점들은 문서화하기 어려웠고, 실제로 실무 외교관들 사이에서 기억의 차이도 있다. 이 연구는 기존의 문헌에 대한 연구와 실무 외교관들의 구술을 교차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수교협상 과정을 밝히고자 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한중수교 협상과정을 맥락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었고 다음의 몇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어느 국가가 수교 의지가 강했는가에 대해서는 한중 양국 모두 적극성을 발휘했기 때문에 차이가 크지 않았다. 둘째, 한중수교에 이르는 상황에서 1985년 어뢰정 사건의 외교적 해결과정은 한중의 외교정책의 전환과 맞물려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셋째, 중화민국과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철저한 보안과 비밀 속에서 진행되었고, 중국이 북한에 먼저 통보하고 설득한 이후, 한국이 중화민국을 설득하는 단계적 과정을 거쳤다. 넷째, 수교협상 과정에서 이른바 비선(秘線)조직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다섯째, 한국은 한국-중화민국의 단교 방식과 한국전쟁의 책임 문제 제기를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실제로는 쟁점화하지 않았고 이면합의도 없었다. 이러한 한중수교 협상의 원만한 처리과정은 한중관계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고, 협상과정이 비교적 투명했기 때문에 한소수교 때와는 달리 양국의 국내정치의 쟁점이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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