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近園) 김용준(1904-1967)은 화가이자 미술사학자이며 수필가이다. 1950년부터는 북한에서 활동했다. 동경미술학교에 유학한 서양화가, 미술평론가였던 김용준은1939년(36세) 동양화가, 미술사학자로 전향한 후 다수의 기명절지화를 그렸다. 서양화로 미술을 시작한 김용준의 전통회화에 대한 눈뜸은 1928년(25세)경 본 오원(吾園) 장승업의 기명절지화에서 시작되었다. 전향 배경에는 지필묵을 접하며 자랐던환경, ‘향토색’, ‘동양주의’ 등 미술계 담론과 ‘조선학’ 운동이라는 시대 상황, 모더니스트이면서 고미술품을 애완(愛翫)한 이태준(1904-?)의 영향 등이 있었다. 김용준의 「오원일사(吾園軼事)」는 그의 조선회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전통이나 민족 같은 이념이 아니라 장승업의 기명절지화에서 받은 미학적 충격에서 비롯되었으며, 여기에서 언급한‘기명절지’가 지금 통용되는 장르 명칭이 되었다는 점, 기명절지화가 나타난 배경 등을알려주는 중요한 글이다. 김용준의 기명절지화는 13건 22점이다. 길상과 문방정취의 뜻을 간소한 구성에 담았으며, 담채의 사의(寫意) 화풍에 적절한 화제로 문기(文氣)를 더한 점도 특징이다. 김용준은 기명절지화의 제재를 표지화, 속표지화, 삽화 등 책의 장정과 김환기, 홍명희등 인물화에 활용했다. 기명절지화는 김용준이 동양화가로 전향하는 시작이 되었으며, 그의 미술사 연구는 장승업 등 작가론에서 한국미술사 전반으로 심화되었다. 기명절지화를 그리면서, 그 화의(畵意)인 서재 생활의 정취를 향유함으로써 김용준이 동양화가, 미술사학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확장했다는 사실도 의미 깊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