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술사에서 리얼리즘 개념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미술에서 주체 사실주의 미술로 변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령관이 사실주의와 결합되었고, 더 나아가 영생론이 사실주의와 결합되었다. 일면 대립적으로 보이는 개념들이 ‘사실주의’라는 용어 안에서 공존하기 위해서, 북한의 미학계는‘ 전형론’ 기준의 변화를 통해, 주체사실주의 개념 안에서‘ 사회 정치적 생명체론‘’ 수령론’과‘’ 수령 영생론’ 등을 결합시켜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일관되게 변화하지 않는 것은, 북한 사회에서 사실주의 미술은 국가의 통치 체제를 유지하고, 그 지배 체제가 바라는 미래를 건설하는 데 복무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가 체제의 변화와 운명을 같이하는 특성을 보인다. 체제의 모순을 비판하는 비판적 사실주의와는 다른 길을 걸어 갔던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미술계에서‘ Realism’ 개념은, 북한 통치 체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지배 권력자들이 북한 체제 유지에 복무하기 위해 그 개념을 변화시켜 나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전형론’ 개념의 변화가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음을 확인했다. 이는 북한에서 문화예술은 비현실적인 북한 사회 내부의 이데올로기를 인민들에게 선전 선동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 작품이 생동하는 개성화를 토대로 한 일반화를 통해 감각적으로 살아서 인민들의 가슴을 움직여야 선전 선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형’은 지속될수록 또다시 진부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인 정치 이데올로기를 ‘사실주의’ 개념을 통해 예술작품화 하여야 한다는 명제는 변화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이데올로기의 변화가‘ 리얼리즘’ 개념의 변화를 야기시켰다. 따라서 이에 토대를 둔 북한에서의 문화예술은, 체제 존속을 위해 존재한다는 태생적 한계에 갇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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