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세계적 ‘탈냉전’ 시대, 과거로 물러나 버린 ‘냉전’ 시대의 역사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최근 글로벌냉전사 연구가 활발하다. 이들은 냉전의 지역적 다양성과 주변의 행위주체성에 주목하면서 연구패러다임의 ‘지역적 전환’을 꾀하고, 냉전이 개인들의 일상적 문화적 층위에 미친 깊은 영향을 강조하면서 ‘문화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냉전은 종식되었다’라는 역사적 명제와 ‘냉전은 종식되어야 한다’는 가치평가적 명제는 거의 모든 분야의 담론에 암묵적 전제를 이루고 있다. 또한 ‘냉전’이라는 패러다임 자체는 대결하는 양쪽 진영의 세력이 대등하다는 착시를 초래하고 나아가 냉전 대결의 양방을 양비론적 태도로 접근한다. ‘탈냉전’ 시대 이와 같은 냉전서사는 애초 사회주의적 이념이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열망과 연계되어 있음을 간과하게 만들고, 그와 관련된 역사를 정리되어야 할 과거로 치부하거나 아예 역사의 지표 아래로 소거해 버렸다. 그런 점에서 본 논문은 1989년 제기되었던 북방관계연구 시론에 주목하고 ‘북방’이라는 개념과 범주에 기대어 실은 패권적 패러다임인 ‘냉전’과 ‘탈냉전’ 패러다임 자체를 심문하고 해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남한의 이북으로서 북방이란 북한을 포함하여 중국, 몽골, 소련 및 동구의 공산권 국가들을 가리킨다. 북방은 사회주의적 이념과 실천의 연쇄, 그리고 상호연대를 통해 구축된 관계적 구성물이었다. 사회주의적 이념과 실천의 연쇄라는 점에서 북방 범주는 또한 남한과 일본, 대만, 베트남과 동남아시아의 혁명과 민족해방운동으로 확장된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동아시아 북방학을 제안한다. 동아시아 북방학은 동아시아라는 지역을 토대로 북방의 트랜스내셔널한 연대의 사상과 실천을 교훈삼아 현실개혁의 동력으로 삼는 학술적 실천이며 지적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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