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전망이론에 근거하여 푸에블로호사건에서 보여 준 북한의 정책선택 메커니즘을 분석한 것이다. 전망이론은 위기상황에서 정책결정자가 자신의 ‘준거점(reference point)’을 기준으로 그가 처한 위치를 ‘이익영역(domain of gain)’과 ‘손실영역(domain of loss)’으로 나누고, 그 영역인식에 따라 모험을 할 수도 있고 안전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기초로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사건 당시 김일성의 준거점은 대외적으로는 ①북한의 주권을 수호하고 ②중국 및 소련과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자주성을 유지하는 것이었으며,대내적으로는 ③김일성의 독재권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대남 측면에서는 ④대남 혁명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푸에블로호사건은 2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제1단계는 푸에블로호 납치 및 미·북의 초기대응단계(1. 16∼2. 1)이다. 이 단계에서 김일성은 미국이 국내외의 어려운 정치적 여건으로 인해 사건을 전쟁으로까지는 확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모순적인 대(對)중·소 동맹관계, 주체사상의 난관 봉착, 한일관계 정상화에 따른 피포위의식 확대, 1·21청와대 기습 실패 등으로 정치적 어려움에 처한 김일성은 푸에블로호의 대(對)북한 첩보수집활동을 북한주권 침범행위이자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보았다. 따라서 김일성은 위의 4가지 준거점에 비추어 손실영역에 처한 것으로 인식하고 푸에블로호를 납치했고, 이후에도 미국과 협상을 거부하며 버티는 충돌정책을 선택했다. 제2단계는 미·북 협상단계(2. 2∼12. 23)이다. 미국은 무력시위와 외교적 노력이 모두 실패하자 마침내 미·북 협상에 임했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미국은 북한이 요구해온 ‘3A’(인정·사과·보장)에 대해 조금씩 양보했고, 결국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주권을 인정받는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소련과의 동맹강화 및 추가원조 획득, 중국과의 관계계선 계기 마련, 김일성의 독재권력 강화, 북베트남 간접지원 효과 달성, 한미갈등 유발이라는 성과도 얻었다. 이와 같은 국내외적 정치상황의 개선은 김일성의 4가지 준거점을 거의 충족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김일성은 현상태를 이익영역으로 인식하고 위험회피적인 유화정책, 즉 협상을 마무리짓는 선택을 했다. 푸에블로호사건에 대한 본 연구 결과는 전망이론의 적실성을 확인해 주고 있다. 북한의 반복된 도발에 대한 예방과 적절한 대응을 위해서는, 북한 지도부가 지향하는 준거점과 정책선택의 메커니즘을 파악하여 그 고리를 끊거나 변화시키는 것이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 연구의 의의가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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