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한국전쟁기 초등학생 대상의 임시 교과서에 수록된 반공 아동문학의 양상을 살피고, 전후 아동문단의 재편이라는 문학사적 맥락에서 그 의미를 찾아보려고 했다. 문교부가 발행한 『전시생활』은 아동소설처럼 극화된 이야기 방식을 주로 사용했고, 문교부가 추천하고 인정한 『소년기마대』와 『새음악』 은 초등 노래책으로서 동요에 속했다. 이 텍스트들은 아동문학과의 경계가 불분명할뿐더러 실제 생산자도 아동문학 작가·시인들이었다. ‘교과서 아동문학’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이 텍스트들은 ‘북한정권·인민군·중공오랑캐’를 ‘자유 없는 공산주의’로 규정하고 그와 대립한 ‘남한정권·국군·유엔군’을 ‘자유 수호의 민주주의’로 규정하는 가운데, 전자의 편은 ‘비국민’이고 후자의 편만이 ‘국민’이라는 도식을 만들어냈다. 즉 국가 주도의 선택과 배제를 통해 아이들의 기억을 재구성하면서 반공을 국민정체성으로 받아들이게끔 이끌었던 것이다. 전시의 임시 교과서를 배우는 아이들은 아무 의심 없이 자신을 반공투사로 정립했다. 이렇게 내면화된 반공 국민정체성은 분단시대의 독재정권을 떠받친 강력한 힘이었다. 문단 일각의 아동문학 작가·시인들이 반공문학에 앞장섰던 이유는 전후 아동문단의 재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교과서 정전(正典)의 위력은 막강했다. 교과서의 반공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강소천, 김영일 등은 단박에 아동문단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전후 아동문단의 새로운 주류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한국전쟁기의 반공 아동문학은 국가시책에 호응해서 문단의 주도권을 장악한 세력에게 보증수표와도 같은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