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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과 재일조선인 귀국사업 - 체제의 의도와 주체의 의지 사이

South Korean Novels and Homecoming Projects by Koreans in Japan-Between the Intent of the System and the Will of the 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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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세림
소속 및 직함 광운대학교
발행기관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학술지 한국문예비평연구
권호사항 (57)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85-113
발행 시기 2018년
키워드 #이성아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   #재일조선인   #귀국사업   #북송   #체제   #주체   #개인   #서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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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고는 한국소설에서 재일조선인 귀국사업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고찰하였다. 재일조선인 귀국 문제는 한반도의 식민 역사 및 분단 현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히 재일조선인 2차 귀국사업과 북한에서의 귀국자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이성아의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2015)는 한국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형상화한 첫 작품이다. 본고는 이성아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소설에 나타난 재일조선인 귀국사업의 형상화와 그 인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작품은 1971년 이후의 2차 재일조선인 귀국사업을 그리고 있다. 사전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된 1959년 이래의 1차 귀국사업과, 1971년 재개된 2차 귀국사업은 그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조총련 활동가들은 북한의 상황과 상관없이 계속하여 이상주의적 주장만 펼쳤고, 그것은 작품 속 인물 ‘화자’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북한으로 귀국한 ‘소라’의 삶은 환상의 종말 그 자체를 보여준다. 차별 없는 사회를 꿈꾸며 북으로 간 소라와 가족이지만, 그곳에서도 귀국자를 인간적으로 대우해주지 않으며 개인의 의지를 드러내지 못하는 체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주체로서의 개인은 체제와 대결하는 구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체제에 대한 의심이 드러나면 개인의 존재는 위기에 처한다. 따라서 모든 과정은 개인의 비밀 기록으로만 남게 되었다. 세 개의 국가 사이에서, 한국인 소설가 ‘준’은 관찰자로서 소라와 화자가 남긴 기록을 읽는다. 소라와 가족들은 현실로의 귀향이 아닌 꿈으로의 귀향을 선택한 사람들이었고, 그 결말은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 소라와 화자의 기록은 재일조선인 ‘미오’와 한국인 ‘준’에게 전달되어, 국적, 민족, 분단 디아스포라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이 작품에서는 화자가 ‘한국’ 국적의 ‘소설가’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기록을 남기는 행위의 의미에 대해 평생 고민해 온 한국인 소설가 준을 통해, 이야기를 남기는 행위와 이야기를 전달받는 행위의 접점이 형성된다. 준이 그것을 읽어나가면서 재일조선인 귀국자 소라와, 조총련 활동가 화자의 기록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세 개의 국가 사이에서, 한국인 소설가의 관찰이 기록자들의 위치와 연관되는 것이다. 재일조선인 귀국사업과 관련하여 한국의 입장은 북송 반대와 반일, 반공으로 일관하였다. 한국에서 중요했던 것은 정치권력을 위해 재일조선인들을 이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이지, 그들의 현실 자체는 아니었다. 한국의 입장에서 재일조선인들은 철저히 타자화된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 관찰자이자 화자로 기능하는 한국인 소설가 ‘준’을 통해 그러한 역사적 과정 속에 휘말린 많은 개인들의 삶에 대한 의미화가 이루어진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