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1910-1986)은 1926년 『조선문단』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한 이래 1986년 78세를 일기로 사망하기까지 중.단편, 장편, 시, 번역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한 작가이다. 『갑오농민전쟁』 2부가 출간된 1980년 이후 구술능력조차 상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그의 창작기간은 54년에 달한다. 박태원은 활동 기간, 남. 북한이라는 이질적 공간을 아우르는 작품의 성격 등, 우리문학사에서 보기 드문작가 중 한사람이다. 특히 “문체, 형식 같은 것에 있어서만도 가히 조선문학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할 것”이라는 자부심에 찬 모더니스트였던 박태원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 『갑오농민전쟁』은 모더니즘에서 리얼리즘으로 나아간 박태원의 작가로서의 경로와 함께 우리 문학사의 변모를 밝혀줄 소중한 단초를 제공한다. 본고는 인물과 주제 면에서 판이한 월북 이전과 이후의 연계성을 찾을 수 있는 방편으로써의 서술 기법이라 판단하여 『갑오농민전쟁』의 구성을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갑오농민전쟁』의 주제는 반외세, 반계급, 반봉건의 민족해방의 논리 등 북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벗어나지 않으나 장의 분절, 공간의 이동, 서술자와 초점화자의 구분 등 다양한 언술주체들의 활용, 등을 활용한 기법이 소설의 언어를 이중적으로 만들어 소설 내적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자체 완결적이지 않은, 열려있는 언어는 박태원의 언어의식이 북한 문예이론에 함몰되지 않았으며 모더니스트 박태원의 기법실험이 여전히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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