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한설야의 중편소설 「형제」가 창작된 시기와 그 이면의 의도에 주목하여 시작된 연구이다. 북한문학이 당 문예 정책의 영향 하에 창작되고 발표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어떤 정책이 어떻게 적용되고 작용하는지, 당 문예 정책과 작가의 창작 사이에 균열이 있지는 않은지 실제 작품을 통한 고찰이 병행되어야 한다. 본고는 이 지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형제」는 북한사회가 사회주의적 개조의 완결을 선언하고 공산주의 사회로의 진입이 임박했음을 공표한 직후인 1959년에 창작 및 발표되었다. 공산주의 사회로의 진입은 북한사회에서 더 이상 모순이 존재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회를 반영하는 문학에도 역시 모순이 존재할 수 없었다. 이제 작가들은 부정적인 세계, 갈등이 불가능한 가운데 작품을 창작해야 했고, 그 문학으로 인민들을 공산주의적 정신과 인도주의 및 애국주의로 교양해야 하는 책임마저 져야 했다. 당시 북한문단 내에 불어온 이러한 변화는 급하게 진행된 것이었던 만큼 폭력적이었고, 이때 지목된 작품들은 끝내 정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바로 이 시기에 한설야는 전재고아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중편소설 「형제」를 창작 및 발표해야 했고, 그는 그전까지 발표했던 자신의 소설들과는 다른 방식의 작품을 창작한다. 그리고 북한문단에서도 이례적일 만큼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 그렇지만 대대적인 찬사에 가려진 작품의 오점들도 있었다. 본고는 「형제」를 둘러싼 당시 『문학신문』의 평론들을 중심으로 한설야의 창작상의 고민이 「형제」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갈등양상을 통해 살펴보았다. 또한 「형제」는 객관적 삶의 모습보다는 이상적․당위적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입각하여 창작한 소설이었지만, 생생한 인물형상을 위해 작가가 수집한 실제 사례들이 소설에 충실히 반영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북한사회가 드러낼 수 없었던 전재고아 문제의 실상을 짐작할 수 있는 양상들이 담겨 있어 그 부분도 함께 고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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