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은 근본적으로 냉전질서의 붕괴와 북한체제의 딜레마 등장이라는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 에 힘입어 추진된 정책이었다. 그리고 헌법에 표명된 평화통일 전략을 실제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능주의(신기능주의) 통합전략의 매개 역할 인자로서 추진된 정책이었으며, 대륙과 해양의 가교 지대에 위치한 한반도의 지경학적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정책이기도 했다. 그러나 남북경협 추진 27년의 역사는, 다른 한편 북한이 핵무기를 수단으로 체제를 생존시키려는 핵개발의 역사이기도 했기 때문에 일정한 한계에 봉착, 중단되는 위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한반도 내ㆍ외부를 둘러싼 정치상황 장벽에 부딪혀 역순으로 하나씩 중단되고 말았다. 이에 일부에서는 한반도에서의 기능주의(신기능주의) 실험은 전혀 무용한 것일까? 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무용론을 논하기 전에 과연 한반도에서 기능주의(신기능주의) 통합전략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여건과 조건들이었는가? 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경협의 현장에서 경험론적으로 고찰해 보면, 남북경협을 통해 남북한 사이에 유의미 있게 실험해 본 현상들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남북한 사이에 기능망 형성 자체의 효과성을 부정하기보다는, 그 구조적 제약성을 분명히 인식하는 접근전략을 결합해 27년간 남북경협의 경험적 유산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동서독 경제통합이 ‘과정의 기능적 협력망’ 없이 베를린 장벽 붕괴라는 1990년 10월 3일 하나의 역사적 사건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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