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국가사회주의 체제 중 자본주의 세계와 공존하는 중국·쿠바·베트남사회는 안팎에 여러 가지 요소를 공통적으로 갖추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시장화가 진전되고, 시장화 진전에 따라 생산수단의 사유화, 경제적 의사결정의 자율화 등이 이루어져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가사회주의 체제 당국이 먼저 적극적으로 경제를 개방하고, 국가사회주의 체제와 관계를 맺은 자본주의 체제 당국은 국가사회주의 체제의 자본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인위적으로 시도하지 않으면서 상호 경제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북한사회에서도 1980년대 초반부터 위로부터의 시장화가 추진되면서 이러한 공존 요소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경제난은 아래로부터의 시장화를 촉진했고, 2003년 종합시장 제도화 이후에는 시장화 진전이 불가역적 현상이 됐다. 이러한 시장화 진전에 따라 북한사회에서도 ‘사실상의 사유화’ 현상이 나타났고, 상인, 국영기업, 협동농장 등 경제주체의 자율적 의사결정도 증가하고 있다. 밖으로는 1991년 자유경제무역지대 설치를 시작으로 꾸준히 경제개방을 시도했고, 개성공업지구에서는 2004년부터 10년 이상 북한 당국·주민이 자본주의 기업과의 공존 경험을 축적했다. 북한 당국은 2013년부터 기존 경제특구 외에 ‘경제개발구’라는 새로운 개방지대를 설치하며 경제개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북한사회는 자본주의 세계와의 공존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공존을 위해 필수적인 체제안전을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미국 당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미국 당국으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수단으로 핵무기 개발에 매진해왔다. 북한 당국은 마침내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대외적으로 선언했고, 2018년부터는 미국 당국과 핵무기와 안보를 맞바꾸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앞으로 북·미 당국이 핵무기와 안보를 맞바꾸는 거래에 성공한다면 북한사회는 자본주의 세계와 공존을 시작할 수 있다. 특히 북한사회가 미국·일본·남한사회 등과 본격적으로 접촉하고 협력할 경우, 시장화, 사유화, 자율화 같은 북한사회 안의 공존 요소들도 점점 더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확대되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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