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프로이트의 이론(혹은 정신분석학)을 바라보는 북한의 관점을 살펴보고, 이이론을 반동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데에서 금지라는 행위 자체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한다. 정신분석학을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던 식민지 시기와는 달리, 해방 후 분단체제에 돌입하게 되면서 북한에서 프로이트의 이름은 반동의 대명사가 되었다. 프로이트는 미 제국주의와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자본주의의 이론적 첨병이었으며, 인민의 정신을 퇴폐주의로 물들여 결국 타락하게 만드는 악마 혹은 적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프로이트가 미국이라는 맥락에서 해석되던 남한의 경향에 대한 반발일수도 있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북한의 지도이념인 주체사상과 정신분석적무의식 개념이 맞물릴 수 없다는 데 따르는 필연적인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정신분석학적 무의식 개념을 상세히 독해하지 않고서는 나타날 수 없는결론이기도 하다. 칸트나 라이프니츠 등 프로이트 이전의 무의식 개념과 혼동이 일어나거나 프로이트적 무의식 개념을 잠재의식 정도로 해석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한국과의 상황과 비교해볼 때 북한의 무의식 부정은 대단히 간단명료하고 일관적이며, 나아가 프로이트적 무의식의 첨예한 부분을 매우 잘 보존하고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이론 언급, 응용, 비평 등이 금지됨으로써 해석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어 버렸으며, 따라서 의미의 분화나 전환이 원칙적으로 일어날 수없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역설적으로 금지가 원형을 더 잘 보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금지를 통한 원형 보존이란 이론의 실천적인 측면이 봉쇄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한다. 본 논문은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세계적으로도 특징적인 북한에서의 프로이트수용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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