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천은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 함경도에서 나고 자랐으며 해방 후 북한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1.4후퇴 때 월남하기 직전까지 고향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1945년 해방 직후부터 1951년 월남 직전까지 쓰고 발표한 그의 작품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체제 하에서 그의 문학적 특성을 파악해보았다. 첫 번째는 해방과 자유로운 언어 사용에 대한 기쁨의 표출을 들 수 있다. ‘문맹퇴치’를 주제로 한 작품들도 체제의 문맹퇴치운동을 대대적으로 선전, 찬양하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해방 이후 자유롭게 한글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기쁨을 마음껏 표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강소천이 북한에서 발표한 유일한 동화 「정희와 그림자」에서 두드러진 정서는 불안이다. 북한 당국은 1946년 토지개혁을 단행하였고 그 과정에 현물세제를 실시한다. 이에 대한 소천의 불안감은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어 현물세를 내러 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도둑이 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정희의 불안으로 환유되고 있으며 지주 아들로서 북한체제에 적응하기 힘든 그의 마음이 간접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강소천은 「자라는 조선」에서 해방 이후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 또한 북한 체제라는 구체적 대상이 아닌, 이념과 체제를 초월한 이상 세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다. 북한 체제에서 아동문학의 소재로 쓰기를 장려하는 노동 현장이나 소년단 같은 소재로 쓰인 작품들도 서정성을 잃지 않는다. 그는 용광로의 불꽃도 곱다랗게 표현하며 서정성을 드러내고 혁명위업의 계승자인 소년단원도 ‘파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공화국의 맑은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는 한가롭고 평화로운 중학생으로 만들어버린다. 소천은 월남 직전까지 북한 체제의 ‘지도’와 상관없이 자신의 의지대로 글을 썼다. 해방직후에는 한글 사용에 대한 기쁨을 오롯이 전하였고 토지개혁에 따른 불안감도 숨기지 않았다. 체제가 권장하는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그 자신의 서정성을 잃지 않았다. 북한 체제하에서도 그는 이념과 상관없이 꿋꿋하게 아동문학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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