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에서는 폐쇄된 북한 사회에서 체제의 창건주 김일성에 대한 신격화 요소를 <금수산기념궁전 전설>에서 탐색하고, 이러한 신화소가 주민들에게 어떻게 믿음을 확보하는지 그 현현(顯現) 장치를 살피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고대시기 향유 장르인 신화의 실제생활 적용 양상을 유추할 수 있어서 신화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현대 북한 사회와 사람들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통일의 과정 속에 사람의 소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은 21세기에 찾아볼 수 없는 봉건왕조체제를 유지하면서 3대 세습을 정당화하는 데 문학적 장치들을 활용한다. <금수산기념궁전 전설>이 그것들이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후 연차별로 『금수산기념궁전 전설집』이 출판 보급되었다. 이 전설집에는 사망한 김일성을 하느님이나 상제(上帝)와 같은 신으로 좌정시키려는 노력들이 전면에 드러난다. 그래서 <금수산기념궁전 전설>은 북한 정권의 창건주 김일성 수령을 사후에 국조신으로 추앙하는 신화로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세습에 대한 주민들의 심리적인 반감과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왕조시대에 적용되었던 신화 메커니즘을 적절하게 원용하고 있다. 이야기를 허구가 아닌 진실, 사실로 인지하도록 하기 위해 현실에서의 구현 장치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였다. 그 역시 왕조시대의 문화장치에서 원용한 측면이 강하다. 김정은체제는 개방의 물결 속에 세습을 정당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창건주 김일성을 더욱 공고하게 신격화하고, 그 신이한 행적을 대를 이어 받은 김정은체제에서 현실화해야 하는 부담감을 강하게 안고 있다. 그 가운데 신화의 현실화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의료시스템의 현대화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질병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이 가장 체감하는 효과적인 장치이다. 그래서 새롭게 병원을 짓고,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금수산기념궁전 전설>에서 보인 김일성의 신이한 의술 이야기를 현실화하고 있다. 이러한 신화 현현 메커니즘은 폐쇄된 북한 사회에서 당분간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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