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납북자’를 단순히 ‘피해자’라는 일반적인 개념의 범주 내에서 고찰하는 것이 아니라 생애사적 관점에서 그들의 삶을 면밀히 추적함으로써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자행된 국가폭력의 양상을 밝힐 수 있었다. 납북자 가족들에게 연좌제는 국가에 의해서 자행된 국가적 폭력인 동시에 분단으로 인해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편견의 멍에였다. 납북자 가족들은 분단 국가의 특수한 상황에 의해 강요된 이데올로기로 인해 사회적 하위주체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납북 당사자와 그들의 가족들은 북한에 의해 1차 폭력을 당했으며, 남한의 ‘반공주의’ 노선에 의해 또 다른 2차적 폭력의 희생자가 되었다. 북한에 의해 가족을 잃었고, 다른 한쪽 남한에 의해 평생을 감시당하는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전시 납북자 가족의 생애사 분석을 통해 국가폭력으로 빚어진 이들의 삶의 진실을 밝혀내고자 했다. 지금까지 납북자 가족들은 월북자와의 혼용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여러 면에서 배제되었고, 다양한 형태의 제약과 피해를 입었다. 납북자 가족들은 북한에 끌려간 가족이 북한에 협조했을 수 있다는 오해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특히 자진 월북자라는 의혹은 이들은 연좌제의 대상으로 확정 짓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연좌제에 의해 가족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생활의 전반 분야에서 감시와 제재를 받았다. 전쟁은 끝났지만 납북자 가족들은 돌아오지 못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사회적 시선과 배제로 인해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었고, 그 어디에 하소연할 곳조차 없었다. 납북자 가족들이 보낸 긴 세월 속의 침묵은 원망과 회한으로 가득 찬 삶의 질고(疾苦)가 되어버렸다. 수십년 동안 지속되어 온 납북자 가족들의 침묵은 가슴의 한(恨)으로 남아 있었다. 납북자 가족들은 이러한 삶의 구조 속에서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68년 전 북에 끌려간 가족의 만남과 소식을 기다리며 이산의 아픔과 고통의 상처들을 국가가 보듬어주고 기억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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