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비판적 지성은 1972년 7·4 공동성명을 계기로 ‘민주화=통일’의 상관관계를 인식하고 1980년대에는 평화통일의 선결 과제로 남북 간의 감성적, 문화적 ‘동질성’ 강조를 벗어나 ‘차이의 공존’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방법론으로서 상보하는 측면이 크지만 초점이 다른 한반도 중립화론, 군축론, 경협론 등을 구체화시켰다. 경협론에 혼재되어 있기도 한 흡수통일론은 동북아평화공동체를 전망할 수 없거니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를 주체적으로 이끌어가기보다 수동적으로 끌려가게 한다. 경제논리에 휩쓸려 비판적 지성조차 1990년대 말 교류 주체의 설정에서 때로는 대기업 중심론으로 기울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각 분야에서 민간 통일운동이 더욱 밀도 있게 진행되어 국내정치적 이해관계에만 좌우될 수 있는 정권의 통일정책을 비판하면서 이끌어가야 한다. 경협론은 남한의 경제성장을 위한 객체로 북한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주체가 되는 ‘남북연합’ 인식을 전제로 한 평화적 경제공동체 구축을 목적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극우적 논리로 통일을 거론하는 위험성이 우리 사회에 일정하게 각인되어 있다면 1970년대 이후 민주화 역량을 배경으로 한 비판적 지성의 끊임없는 ‘차이의 공존’ 성찰 덕이 크다. ‘차이의 공존’ 의식은 남북관계, 북미관계, 동북아공동체를 이끄는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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