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맥락에서, 해금 이후 학술장의 변화 양상을 검토하고자 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해금 이후 학술장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변화는 무엇보다 북한/통일문학사 연구의 융성이었다. 이러한 민족문학사 연구의 붐은 근대기점에 관한 논의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월납북 문인들의 작품과 북한문학사를 학술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근대기점론은 불가피한 쟁점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내발론과의 단절이 발생한다. 그것이 90년대 학술장에 일어난 첫 번째 해금 효과이다. ‘민족문학과 근대성’을 주제로 한 기념비적인 심포지엄에서 이선영과 최원식이 공유한 문제의식은 모더니즘을 겸비한 리얼리즘으로 요약된다. 그들에게 모더니즘은 존재하면서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이었는지도 모른다. 월북문인들의 해금자료가 더 이상 ‘리얼리즘의 축복’일 수만은 없는 순간이란 비로소 모더니즘이 이들의 시야에 들어오게 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이렇듯 카프문학 연구자들에게 발생한 시각의 전도, 그것이 바로 두 번째 해금 효과이다. 70년대부터 리얼리즘을 두고 백낙청과 잠재적인 긴장관계를 형성해온 김우창이 1990년 중반 이후 미적 근대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우창의 이광수론은 그 자신의 근대문학론을 되돌아보더라도 매우 이례적이다. 여전히 『무정』을 가리켜 “실패한 작품”이라 평가하면서도 그 안에 포착된 감각적 인간의 출현에 주목한 것은 이 소설이 미적 근대성의 한 기원에 해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앞선 두 번의 계기들이 연쇄적으로 교차하는 가운데 일어난 세 번째 해금 효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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