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냉전체제의 예외로 기록되는 열전의 의미를 탐색하기 위해 애국포로의 서사에 주목한다. 애국포로는 정전협정 전후 사용되었던 개념으로 적군인 포로의 이름에 애국의 기표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애국포로는 반공포로석방사건과 긴밀하게 연관되면서 등장하는데, 반공포로송환과 관련된 문제들은 냉전의 체제 내부에서 남한정부와 미국정부간의 불일치의 지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남한정부는 반공포로석방사건을 통해 포로의 중립지역 이송을 거부하고 진영중간지대를 부인하는 태도를 드러낸다. 이러한 극렬한 반공의 담론은 미국과 중국이 전쟁의 협정에 조인하는 순간까지 북진통일을 주장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본고에서는 남한체제를 선택한 포로들에게 ‘애국’의 명칭이 부여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북한출신 의용군포로와 남한출신 의용군포로, 그리고 남한출신의 국군포로를 중심으로 하는 서사를 통해 애국포로 서사의 의미를 규명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김광주의 『석방인』, 김송의 「저항하는 자세」, 박영준의 「용초도근해」의 포로서사를 분석하였다. 애국포로의 서사는 민족주의와 반공주의를 결합하면서 분단사회가 전제하는 국가건설의 목표를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애국포로의 반공주의는 전쟁의 필요성을 합리화한다. 분단체제와 국민국가 사이에 놓인 간극을 강조하면서 애국포로들은 국가건설을 완성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애국포로들의 욕망은 휴전 후 냉전의 체제를 안정화하고 분단의 체제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자유진영의 반공론과 불일치한다. 애국포로의 서사는 애국포로들이 지닌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감지하고 이를 병리적 신경증으로 구체화함으로써 애국의 모순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분열과정의 끝에 소거되고 마는 애국포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는 분단체제 하에서 구성된 반공담론의 불안한 기반을 드러내면서, 냉전체제 내부의 국민국가와 분단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시차들을 삭제한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