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1990년대 초 문예지에 실린 ‘통일’ 담론과 북한문학 전유방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였다. 1988∼93년에 간행된 『창작과비평』, 『실천문학』, 『녹두꽃』, 『노둣돌』 등의 문에 계간지에 게재된 통일 담론과 북한문학 소개 방식을 정리한 것이다. 동시기에 같은 ‘통일’ 담론을 두고 북한 문예지 『조선문학』은 어떻게 자기 방식으로 통일 담론과 ‘남조선문학’을 전유했는지도 비교, 분석하였다. 그 결과 분단 70년 동안 유독 이 시기에만 상대 문학작품을 통일의 일환으로 집중 소개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동시기 남북한 문예지에 남북 작가 교류와 공동 창작 등 통일을 위한 수많은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남북 문학의 통일을 위한 문화정치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한 문인들이 ‘통일’ 담론의 미적 전유과정에서 자기중심으로 통일하려고 헤게모니 쟁투를 벌이는 데 문학 또는 문예지를 활용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남한 문학장에 지각 소개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환멸과 ‘북한 바로 알기 운동’으로 확인된 주체사상 체제와 개인숭배 수령론에 대한 염증으로 말미암아 통일 열기는 급격하게 식었고 통일 담론이 거의 소멸하였다고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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