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북한 과학환상소설에 재현(상연)된 우주와 정치적 상상계의 의미를 고찰했다. 과학환상소설은 과학기술에 대한 주체적 활용을 통해 국가 유토피아와 주권적 영토를 상상하는 북한의 문학 장르이다. 이 논문은 우주 탐사가 본격화된 1950년대 후반부터 창작된 과학환상소설의 우주 표상의 의미를 두루 살펴보았다. ‘우주’는 이천 년대 전후의 과학환상소설에서는 새로운 주권적 노모스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점에서 바다와 차별되는 정치적 상상계이다. 박종렬의 『탄생』은 종자론과 숭고를 바탕으로, 달기지 주변에서 벌어지는 북한 과학자들의 시련과 갈등, 분투와 용기를 통해 우주의 자연적 난관을 과학기술의 활용으로 극복한다는과학환상소설의 플롯을 잘 구현한 장편소설이다. 특히 이 소설에서 살아있는 뇌를 활용하여 죽은 신체를 되살려내고 죽은 자의 유언을 후세대에게 전송한다는 식의 유사과학적 발상은 ‘개체가 전체이며, 전체가 개체인’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에 대한 은유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고난의 행군, 김일성 사후라는 위기적 상황에서 그리움의 정치를 통해 북한이 여전히 세계(우주)의 중심임을 과시하는 극장국가적 발상의 과학환상소설적인 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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