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988년 해금 조처가 가져온 효과를 밝히는 중요한 연구들이 발표되었지만, 북한 지식의 해금이라는 차원에만 집중한 측면이 있다. 납월북 작가에 대한 해금은 문학사 뿐만 아니라 학술과 지식장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었다. 따라서 해금 조처는 전반적인 금서 체계 안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를 위해 먼저 1980년대 금서의 전체상을 재구성하였다. 1988년의 해금 조처 이전부터 압수와 부분적 해금이 반복되었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정부 문건, 신문 보도 등을 통해 680여종의 금서 목록을 추출했다. 이 목록이 1980년대 금서의 전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금서 체계의 중심을 형성하는 목록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글에서는 이들 금서 목록 중에서도 박정희 유신 정권 시기의 정치의 이면사를 다룬 책들에 주목했다. 돈과 여자와 결부된 권력의 이면을 다룬 이 책들은 일종의 정치 포르노로서 문화사가 Robert Darnton이 분석한 프랑스 혁명과 정치 포르노의 관계와 유사해 보인다. 정권은 이 책을 본 대중들이 유신 정권의 도덕적 타락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을 두려워한 듯하다. 80년대 금서는 새로운 다양한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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