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출간된 『한(조선)반도 개념의 분단사:문학예술편 1~3』은 새로운 시도의 개념사(conceptual history) 연구서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한반도에 “개념의 분단체제”가 형성된 것으로 진단하면서, 38선 너머 공간을 연구의 시야로 적극 끌어들일 것을 제안한다. 이 기획의 발원지 자체가 북한학 연구의 중심인 북한대학원이라는 것, 필자들의 라인업에 북한 관련 연구자들이 대거 포함된 것도 단절된개념의 공간성을 복원한다는 취지를 최대한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다. 자연히 이책의 무게 중심은 영토 분단이 시작된 1945년 이후에 놓일 수밖에 없는데, 그동안 한국의 개념사 연구가 주로 서양과 접촉한 근대 초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종류의 시도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을 정도로 개념사 연구 전반에 필요한 자극이라 할 수 있다. 개념의 의미 분화가 활발하게일어나던 시기를 선택·확정하는 것이 개념사를 성립시키는 기본 조건이라면, 한국의 경우 주체의 역동적 분화와 아울러 진정한 개념의 폭발 현상은 근대 초기보다는 오히려 해방 후에 일어난 사태가 아닐까. 이 책의 기획은 대상 시기를확장해야 한다는 개념사 연구 필드의 요청에 정확히 부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간(성)의 문제가 결국 시간(성)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새삼 우리에게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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