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당 대회가 예고된 2016년 1월부터 조선작가동맹의 기관지인 ≪조선문학≫의 주요 참조점은 당 대회였다. 당 대회는 토픽의 토양이자 주제의 저장소로 작동하면서 북한 시에도 영향력을 투사하였다. 이 글에서는 만리마시대, 만리마속도, 만리마기수와 같이 시대를 대표할 키워드들이 북한 시에서 어떻게 표상되는지 살펴보았다. 첨단과학기술과 지식경제의 세계적 수준을 열망하는 북한이 당 대회를 통해 시대담론으로 상징한 것은 만리마였다. 만리마의 의미는 속도가 아니라 외부의 봉쇄·압박과 대결할 수 있는 정신의 힘에 있다. 천리마가 생산의 속도라면, 만리마는 자강력의 힘인 것이다. 만리마의 속도감각은 로케트가 상징하는 힘의 감각이다. 만리마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목표점이 ‘세계화’라는 점에서 이전의 속도 담론과 다른 욕망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자강력의 속도이자 과학강국건설로 도약하는 만리마가 문학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형을 창출해야 했다. 자강력의 주인공으로 만리마기수가 전형화에 성공하려면 기존과 다른 새로움이 필요했다. 명쾌한 속도담론이었던 천리마와 달리 만리마는 정신력이나 자강력과 같이 ‘힘’에 경사된 추상의 속도였기에, 만리마기수를 전형으로 창조하는 데 난항이 계속되었다. 대중운동의 모델이 되는 노동영웅이자 대중이 따라배우기 할 개별 전형을 형상하는 데는 오히려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전형 대신에 집단, 일터, 생산현장, 생산물이 ‘만리마’의 표상 범주로 전환되었다. 만리마는 개별적인 노동영웅을 전형으로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집단적인 운동의 기세로 흘러갔다. 이러한 현상은 북한 문학예술이 그동안 일반적으로 논해 온 전형 만들기에서 일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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