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양국은 해방 후 극변하는 사회적 격동기를 맞아 정치, 경제는 물론 사회, 문화등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색채를 띄게 되었다. 도덕적 관념의 붕괴뿐만 아니라 상이한 정치적 이념으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었고, 끝내 전쟁으로 치닫게 되면서 분단의상처를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문학작품 속에서도 살펴볼수 있으며, 특히 작가 최인훈, 張愛玲이 이 시대를 대표하고 있다. 1950년대 한국은 이승만 독재정권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룬 소설을 출판할 수 없었기에 최인훈의 소설 <광장>은 4.19혁명이 발발한 이후에야 세간에 출간될 수 있었다. 한편, 중국은 국공내전으로 중국은 사회주의체제로, 대만은 민주주의체제로 나뉘어문예활동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張愛玲은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중국 공산당의 눈을 피해 정부의 세력이 미치지 못하는 홍콩에서 소설 <赤地之戀>을 집필할수 있게 되었다. “이주”라 함은 서양에서 흔히 말하는 공간적 이동이란 개념으로 쓰이고 있지만, 사실상 이러한 일차원적인 사고를 넘어 사상의 감정적 변화와 같은 개념까지 포함하고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주는 현실의 한계와 직면했을 때 더 나은 삶을 찾고자 하는욕망으로부터 일어나며, 이러한 이주는 새로운 삶을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못한 삶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최근 들어 “이주”는 소설의 새로운 소재로 학자들에게각광을 받고 있으며, 필자 역시 이와 같은 “이주”를 가지고 본고에서 논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문학작품은 “이주”를 포함하고 있으며, 작가 최인훈과 張愛玲의 작품 역시 그러하다. 특히 이들은 전쟁을 몸소 겪었던 세대로, 전쟁은 그들의 문학작품에 있어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문학적 소재가 되었고, 이들은 당대 참혹했던 전쟁의 공포와 상흔, 그리고 그 시대에 살았던 당시 사람들의 고통스러웠던 삶을 문학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두 작품은 한중양국의 사회상을 반영하였고 또한 유사한 점들이 다수 포착되고 있는데 특히 소설 <赤地之戀>의 후미부분에는 한국전쟁과 관련된 내용들이 실려 있어 필자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이로써 근대화 시기 한중양국의 교류 흔적과 더불어 그 시대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은 남한의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북한으로 떠나 그곳에서 마음의 안식처를 찾길 고대했지만, 또다시 실망 끝에 절망을 느끼게 되는 주인공 이명준의 삶을 노래하였다. 한편, 張愛玲의 소설 <赤地之戀>은 중국 공산당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 조치로 도시와 농촌을 오가다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지만, 마음의 평온을 찾기는커녕 점점 더 삶의 구렁텅이로내몰려진 주인공 류취안의 삶을 그려냈다. 두 주인공들 모두 삶의 고난과 외부적인압박 속에서 사랑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했으나, 은애하던 이의 불운과 죽음으로마음의 문을 닫게 됨으로써 이명준은 결국 중립국을 향하는 배에 몸을 실지만, 망망대해에서 자신을 투신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의 광장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류취안은 자유를 찾아 대만행이나 혹은 중립국행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그는 정치적 이념에서 벗어나 인민에 대한 사랑과 새 나라의 염원으로 끝내 자신의 조국 중국을 선택하게 된다. 최인훈과 張愛玲은 자신의 이주 경험을 바탕으로 이명준과 류취안이란 인물을 통해 국가와 정치적 이념을 넘어 자신들이 추구했던 이상 “광장”을 그리고 “신 중국”을꿈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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