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오에 겐자부로의 초기 소설과 에세이를 고찰의 대상으로 하여 오에의 한반도와 한국전쟁에 대한 시선을 분석한 것이다. 오에는 신헌법의 ‘전쟁포기’와 ‘주권재민’이라는 이념을 현실생활의 모럴로 여기며 반전・반핵・평화의 의지를 관철시킨 작가이다. 그러나 1960년대 전반까지의 오에의 담론과 소설에는 전쟁에 ‘늦게 온 청년’의 전쟁에 대한 동경의 심리가 포착된다. 이것은 패전을 전쟁의 시대와의 ‘단절’이라는 감각으로만 받아들인 결과, 즉 전쟁에 대한 역사 의식의 결여에서 비롯된 모순된 정동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의 전쟁과 관련된 오에의 담론은 전쟁에 대한 역사적 성찰보다는 패전이라는 경험과 패전 후를 살아가는 의미에 중점이 놓여있었다. 이러한 태도는 일본의 전쟁뿐 아니라 한반도와 한국전쟁에 대한 시선에서도 확인되었다. ‘전후민주주의자’이자 비공산계 진보파 작가인 오에는 전후 내셔널리즘과 좌파 내셔널리즘의 자장 속에서 내셔널리스트적 성향과 중국과 구소련 등 사회주의체제에 경도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반도에 대해서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점령상태였던 한국보다 북한의 미래에 희망을 발견하고 있었고, 이승만 라인을 선포한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도 한몫하여 한국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였다. 소설 속의 한국전쟁은 미군의 전쟁처럼 전쟁의 주체로서의 미군에 대한 묘사가 중심을 이루고 있고, 한국전쟁 체험자로 설정된 재일조선인 등장인물의 경우, ‘성적 인간’의 국가가 된 일본의 현실과 ‘성적인 것’을 통해 전후사회를 포착하고자 한 오에의 문학적 주제를 체현한 인물에 지나지 않았다. 한반도의 분단이 일본의 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결과라는 역사 인식이 드러나는 것은 폭력으로 점철된 근대 100년의 역사를 재조명한『만엔 원년의 풋볼』(1967) 이후, 즉 1960년대 후반부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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